강방천의 관점 — 주식시장이라는 전쟁터에서 살아남는 법
책을 펼치기 전, 나는 이 책이 주식 입문서일 것이라 짐작했다.
차트 읽는 법, 재무제표 보는 법, 어느 종목을 사야 하는지.
그런 실용적인 기술서를 기대하며 첫 장을 넘겼다.
그런데 아니었다.
이 책은 기술을 가르치지 않는다.
관점을 묻는다.
"당신은 지금 어떤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습니까?"
그 질문이 책 한 권 내내 독자의 등을 두드렸다.
읽는 내내 투자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생각 방식을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출처: 알라딘 온라인 서점 (링크)
1억을 156억으로 만든 사람
강방천. 한국 금융시장에서 이 이름은 하나의 신화처럼 통한다.
1997년, 외환위기가 한국 경제를 무너뜨리던 그 시절,
강방천은 혼자 반대 방향을 걸었다.
모두가 팔아치우던 시장에서 그는 샀다.
1억 원을 들고 들어간 시장에서,
1년 10개월 만에 156억 원을 들고 나왔다.
그것은 운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벼려온 관점이었다.
2013년, 스웨덴에서 출간된 책 『세계의 위대한 투자가 99인』에
워런 버핏, 피터 린치와 나란히 한국인 이름이 실렸다.
강방천.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그였다.
그리고 2021년 봄, 그는 첫 책 이후 15년 만에 신작을 내놓았다.
제목은 단 두 글자였다.
관점.
명료한 관점이 곧 무기다
책의 핵심 메시지는 간결하다.
"주식시장이라는 전쟁터에서 살아남으려면 자신만의 창과 방패를 가져야 한다.
그 창과 방패란 곧 투자자의 명료한 관점이다."
우리는 늘 누군가의 말을 따라 움직인다.
뉴스가 오르면 들어가고, 공포가 퍼지면 뛰쳐나온다.
남들이 흥분할 때 함께 흥분하고,
남들이 두려워할 때 함께 두려워한다.
저자는 그 반대를 말한다.
흥분할 때는 냉정해야 하고, 공포스러울 때는 다가서야 한다.
그것이 가능하려면, 흔들리지 않는 자기만의 관점이 있어야 한다.
관점 없이 하는 투자는 도박이다.
관점이 있는 투자는 철학이다.
기업을 보는 11가지 관점
책의 2부는 저자가 30년 넘게 벼려온 투자의 정수를 담고 있다.
'강방천의 11가지 관점'이다.
어느 기업이 오래 살아남는지, 무엇이 진짜 가치인지를 판별하는 틀이다.
- 고객 충성도 — 고객이 한 번 쓰면 떠날 수 없는 기업. 가격을 올려도 고객이 남아 있는가.
- 네트워크 효과 — 규모가 커질수록 가치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구조를 가졌는가.
- 누적 수요 — 신규 판매뿐 아니라 유지보수와 재구매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가.
- 시장 지배력 — 불황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업계 1등인가. 불황에도 부자는 사라지지 않는다.
- 시간 가치 — 긴 세월에 걸쳐 쌓인 브랜드 명성이나 빅데이터가 경쟁자가 쉽게 복제할 수 없는 해자를 형성하는가.
- 경험 소비 — 소유보다 경험에 투자하는 시대, 그 소비 흐름의 수혜자인가.
- 우수한 리더십 — 미래 실적을 만드는 것은 숫자가 아니라 경영자의 통찰력과 추진력이다.
이 관점들은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단순한 듯 보이는 이 틀이,
복잡한 시장에서 흔들리지 않게 붙잡아주는 닻이 된다.

출처: 한국강사신문 (링크)
K-PER — 미래를 가늠하는 저자만의 자
책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개념은 K-PER이다.
강방천식 PER, 즉 기업의 미래 시가총액을 계산하는 저자만의 방법론이다.
투자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현재의 가격이 아니다.
미래의 가치를 지금 가늠하는 것.
그 어려움에 저자는 30년을 바쳤고,
이 책은 그 결실을 처음으로 공개한다.
"기본적 이해로부터 풍부한 상상력을 펼쳐라. 그래야 온전한 가치를 찾는다."
숫자를 보되 숫자에 갇히지 말 것.
현재를 분석하되 미래를 상상할 것.
그것이 강방천의 방식이다.
좋은 기업과 오래 함께하는 것
저자의 투자 원칙은 의외로 단순하다.
좋은 기업의 주식을 쌀 때 사서, 오래 함께 한다.
시세차익을 노리는 것이 아니다.
주주로서, 동반자로서,
기업의 성장 과실을 함께 나누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말한다.
주식이 많이 올랐을 때만 뛰어드는 투자는
결국 억울한 자산이 된다고.
나는 이 대목에서 잠시 책을 덮었다.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투자의 방식을 돌아봤다.
얼마나 자주 남의 흥분에 동참했고,
얼마나 자주 남의 공포에 함께 도망쳤는지.
부끄러웠다.
100년 펀드를 꿈꾸는 사람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을 설립한 이후,
강방천은 세 가지 원칙을 20년 넘게 지켜왔다.
원칙 내용
| 소수 펀드 | 펀드매니저의 정성이 분산되지 않도록, 운용하는 펀드 수를 최소화한다. |
| 1등 기업 투자 | 산업에서 가장 우수한 기업만을 선별해 장기 투자한다. |
| 직접 판매 | 펀드 판매자가 고객과 직접 소통해 신뢰를 쌓는다. |
그는 이것을 '100년 펀드'라 부른다.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물려줄 수 있는 펀드.
수익률보다 오래가는 원칙을 만드는 것.
그것이 한 투자가의 평생의 과업이었다.
실제로 그의 펀드는 말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2008년에 출시한 코리아리치투게더펀드는 설정 이후 누적 수익률 205%를 기록했고,
글로벌리치투게더펀드는 391%에 달했다.
15년간 동일 펀드군에서 수익률 상위 1%를 유지했다.
하락의 끝은 멀지 않았다
2025년 봄, 강방천은 3년 만에 특별서신을 내놓았다.
관세 전쟁이 시장을 뒤흔들던 그 시절이었다.
그는 지금의 관세 전쟁을 "포커 게임"에 비유했다.
일시적인 허장성세라는 것이다.
곧 세상의 관심은 금리 인하로 옮겨갈 것이고,
AI와 자율주행, 로봇이 만들어내는 디플레이션의 시대가 올 것이라 했다.
그리고 그는 썼다.
"하락의 끝은 멀지 않았다. 인내심을 유지한다면 축제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두려울 때 다가서라는 그의 말이,
이 한 문장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관점이 있는 삶
이 책은 투자서이지만, 투자만을 말하지 않는다.
관점이란 결국 삶을 대하는 방식이다.
남의 흥분에 흔들리지 않는 것,
남의 공포에 함께 무너지지 않는 것,
스스로의 눈으로 세상을 읽고,
자기 속도로 걸어가는 것.
강방천의 관점은 주식시장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일을 대하는 방식에도,
사람을 바라보는 방식에도,
자기 자신을 마주하는 방식에도 해당한다.
책을 덮고 나서 오래 생각했다.
나는 지금 어떤 관점으로 살고 있는가.
그리고 그 관점은, 충분히 나다운가.
조용하지만 묵직한 질문이 마음속에 남았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한 값어치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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