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우르 고팔다스 『아무도 빌려주지 않는 인생책』— 삶의 네 바퀴를 균형 있게 돌리는 법
삶이 교통 체증처럼 느껴지는 날이 있습니다. 열심히 달리고 있는 것 같은데 정작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모르는 그 막막함이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바쁘게 살아가면서도 마음 한켠이 어딘가 비어 있는 느낌. 가우르 고팔다스(Gaur Gopal Das)의 『아무도 빌려주지 않는 인생책』은 바로 그 공허함의 정체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채울 수 있는지를 차분하고 진심 어린 목소리로 이야기해주는 책입니다. 인도 아마존에서 5년 이상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켜 온 이 책의 원제는 『Life's Amazing Secrets: How to Find Balance and Purpose in Your Life』로, 2023년 1월 수오서재에서 한국어로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알라딘 기준 평점 9.5점. 읽고 나서 한동안 여운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항목 내용
| 원제 | Life's Amazing Secrets |
| 저자 | 가우르 고팔 다스 (Gaur Gopal Das) |
| 번역 | 이나무 |
| 출판사 | 수오서재 |
| 출간일 | 2023년 1월 30일 |
| 쪽수 | 332쪽 |
| ISBN | 9791190382946 |
HP 엔지니어에서 수도승으로 — 저자 가우르 고팔 다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것이었습니다. 이 사람, 도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이토록 솔직하게 삶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걸까? 그래서 저자의 이야기를 먼저 들여다봤습니다.
가우르 고팔 다스는 1973년 인도 마하라슈트라 주에서 태어났습니다. 푸네 공과대학(COEP)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했고, 많은 인도 청년들이 꿈꾸는 HP(휴렛팩커드)에 엔지니어로 입사했습니다. 겉으로는 완벽한 성공 가도처럼 보였죠. 그런데 그는 불과 1년 만에 회사를 떠납니다. 왜였을까요? 화려한 연봉과 안정적인 직장이 있었지만 정작 삶의 진짜 의미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1996년, 그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국제 크리슈나의식협회(ISKCON)의 수도승이 되었습니다. 뭄바이의 한 아슈람에 머물며 고대 베다 철학과 현대 심리학을 결합한 삶의 지혜를 탐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링크)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지금, 그는 세계에서 가장 바쁜 수도승 중 한 명이 되었습니다. 유엔 본부, 영국 의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인도 최고 명문 공과대학(IIT) 강단에 섰고, 소셜 미디어 팔로워는 2,5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강연 영상 누적 조회수는 25억 뷰 이상. 수도승이 세상에서 가장 바쁜 사람 중 한 명이 된 셈입니다. 그의 이야기를 듣노라면 자연스레 이런 생각이 듭니다. 성공은 무엇으로 재는 것인가, 하고요.
"우리는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방법은 터득했지만, 스스로 성공했다고 느끼도록 삶을 꾸려 나가는 방법은 배우지 못했다." — 가우르 고팔 다스
뭄바이 교통 체증 위의 철학 — 책의 배경
이 책은 인도 뭄바이의 교통 체증이라는 독특한 배경에서 펼쳐집니다. 저자와 그의 친구 해리(Harry)가 꽉 막힌 도로 위에서 나누는 대화가 책의 뼈대를 이루고 있습니다. 해리는 외형적으로는 모든 것을 가진 사람입니다. 좋은 직장, 번듯한 집, 충분한 돈. 하지만 그는 깊이 공허합니다. 뭔가 빠져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이 설정이 참 영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뭄바이의 교통 체증은 단순한 배경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 삶 자체의 비유입니다. 빠져나갈 수 없을 것 같은 정체,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지만 앞이 보이지 않는 불안, 그 안에서도 계속 살아가야 하는 일상. 저자는 막힌 도로 위에서 해리와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하나씩 짚어 나갑니다.
인생이라는 자동차의 네 바퀴
책의 핵심은 하나의 아름다운 비유에서 시작됩니다. 저자는 인생을 자동차에 비유합니다. 그리고 그 자동차에는 네 개의 바퀴가 있다고 말합니다. 이 네 바퀴가 균형을 이루어야만, 험한 길 위에서도 인생이라는 자동차가 부드럽게 달릴 수 있다고요. 어느 하나라도 펑크가 나면 차는 삐걱거리기 시작합니다. 바퀴가 하나 없어도 차는 움직이지 않습니다. 네 개 모두 필요한 것입니다.
첫 번째 바퀴 — 개인의 삶 (Personal Life)
첫 번째 바퀴는 나 자신, 즉 개인의 삶입니다. 자기 자신과의 관계가 모든 것의 출발점이라는 뜻이죠. 저자는 이 바퀴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영성(靈性)이 핵심이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영성이란 특정 종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매일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 명상,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습관 같은 것들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깐 멈추고 '지금 나는 어떤 상태인가?'를 물어보는 것, 그것이 첫 번째 바퀴를 굴리는 힘입니다.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자기 자신과의 약속을 얼마나 잘 지키고 있었는지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모든 사람에게는 성실하면서 정작 나 자신에게는 소홀했던 건 아닐까, 하고요.
두 번째 바퀴 — 인간관계 (Relationships)
두 번째 바퀴는 인간관계입니다. 저자는 삶의 질이 관계의 질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합니다. 사랑이 이 바퀴의 운전대입니다. 그런데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중요합니다. 능동적으로 듣는 것, 소중한 사람과 진짜 시간을 함께하는 것, 용서를 실천하는 것, 그리고 마음속에만 담아 두지 않고 고마움을 말로 표현하는 것. 이 모든 것이 관계라는 바퀴를 튼튼하게 만드는 요소들입니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 중 하나가 떠오릅니다. 우리에게는 귀가 두 개, 입이 하나라고요. 그러니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을 두 배로 해야 한다고 합니다. 단순하지만 참 깊은 말입니다. 소중한 사람이 이야기할 때, 나는 정말 듣고 있었는가, 아니면 그저 내 대답을 준비하고 있었는가. 그 질문이 한동안 떠나지 않았습니다.
세 번째 바퀴 — 직장 생활 (Work Life)
세 번째 바퀴는 일, 즉 직장 생활입니다. 이 바퀴의 운전대는 성실함과 무결성(Integrity)입니다. 저자는 일이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라 우리의 가치관을 표현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일을 통해 세상에 무언가 긍정적인 것을 남길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일 안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직함이 높거나 연봉이 높아도 이 감각이 없으면, 친구 해리처럼 공허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죠.
네 번째 바퀴 — 사회 기여 (Social Contribution)
네 번째 바퀴는 사회 기여입니다. 처음에는 가장 와닿지 않는 바퀴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당장 나 먹고 살기 바쁜데 사회에 기여라니, 라고 생각할 수 있죠. 하지만 저자는 말합니다. 크고 거창할 필요가 없다고요. 지금 내 주변의 누군가를 위해 작은 선의를 베푸는 것, 그것이 바로 네 번째 바퀴를 움직이게 하는 힘이라고. 봉사는 나를 소진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를 충전시키는 것이라는 점을 이 책은 설득력 있게 이야기합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링크)
감사라는 연료, 목적이라는 내비게이션
네 바퀴가 갖춰졌다면 이제 연료가 필요합니다. 저자는 삶의 연료로 감사(Gratitude)를 꼽습니다. 감사는 우리가 가진 것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고, 결핍이 아닌 풍요로움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 해줍니다. 불평하는 마음은 삶이라는 자동차의 연료를 줄줄 새게 만들지만, 감사하는 마음은 같은 양의 기름으로 훨씬 더 멀리 나아가게 해줍니다.
그리고 인생이라는 자동차에는 길을 안내해줄 내비게이션이 필요합니다. 저자는 그것이 바로 목적(Purpose)이라고 말합니다.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가 명확할수록 흔들리는 길 위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걱정은 내일의 슬픔을 빼앗지 못합니다. 오직 오늘의 기쁨만 빼앗을 뿐입니다." — 가우르 고팔 다스
이 말이 참 마음에 오래 걸렸습니다. 우리가 걱정에 쏟는 에너지가 얼마나 많은지를 떠올렸습니다.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을 붙들고 오늘을 소모하는 일. 저자는 걱정이 아무것도 해결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걱정을 멈추지 못하는 우리에게, 차분하게 손을 내밀어줍니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
- 종교와 종파를 초월한 메시지: ISKCON 수도승이 쓴 책이지만, 특정 종교를 강요하거나 권하지 않습니다. 어떤 믿음을 가지고 있든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지혜를 이야기합니다.
- 삶의 현장에서 나온 이야기: 뭄바이라는 복잡하고 역동적인 도시에서 실제 사람들과 부딪히며 얻은 통찰입니다. 탁상공론이 아닙니다.
- 유머와 깊이의 균형: 저자는 진지한 주제를 이야기하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습니다. 무겁지 않게, 그러나 얕지 않게.
- 실천할 수 있는 지혜: 거창한 변화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지금 당장 작은 것부터 시작하도록 안내합니다.
아무도 빌려주지 않는, 그래서 더 소중한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내 삶의 네 바퀴를 조용히 점검해봤습니다. 첫 번째 바퀴, 나 자신. 얼마나 나를 돌보고 있었을까요. 두 번째 바퀴, 관계. 소중한 사람들에게 진심을 충분히 표현하고 있었나요. 세 번째 바퀴, 일. 단순히 해치워야 할 과제처럼 대하진 않았나요. 네 번째 바퀴, 기여. 내 주변에 작은 선의라도 나누고 있었는지.
솔직히 말하자면, 네 바퀴 중 고르게 잘 돌아가고 있는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어떤 바퀴는 너무 빠르게, 어떤 바퀴는 너무 느리게. 그 불균형이 삶을 삐걱거리게 만들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자는 완벽한 삶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다만 어떤 바퀴가 약해졌는지 알아차리고 조금씩 바람을 채워가자고 말할 뿐입니다.
제목처럼 이 인생책은 아무도 빌려주지 않습니다. 부모도, 선생님도, 친구도 대신 읽어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 책은 이미 당신의 손 안에 있습니다. 지금 펼치기만 하면 됩니다. 뭄바이의 교통 체증처럼 막막하게 느껴지는 오늘 위에서도, 우리의 자동차는 여전히 달릴 수 있습니다. 네 바퀴를 기억하는 것, 그것이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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