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일의 라틴어 인생 문장 — 고난을 넘어 별을 향해, Ad astra per aspera
책을 읽는 내내 자꾸 멈추게 되었다.
문장이 어려워서가 아니었다.
너무 정확하게 나를 건드려서였다.
한동일의 『라틴어 인생 문장』은 그런 책이다.
2,000년 전 로마인들이 새긴 라틴어 한 줄이, 오늘 여기 살아가는 한 인간의 가장 약한 자리를 정확히 조준해 날아든다.
가난과 운명을 딛고 선 사람, 한동일
저자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라틴어 수업』을 통해서였다.
한동일은 바티칸 교황청 대법원, 이른바 '로타 로마나(Rota Romana)'의 700년 역사상 한국인 최초이자 동아시아 최초의 변호사로 임명된 인물이다.
그가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길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알코올중독 아버지, 빈곤한 가정환경, 낯선 이탈리아 땅에서 버텨낸 유학 시절.
그리고 오랜 시간 헌신하던 사제직을 내려놓는 결단까지.
이 책은 그 방황과 고민의 한복판에서 쓰였다.
흔들리는 나날을 버티게 해준 것이 바로 라틴어 문장들이었다고, 저자는 고백한다.
기도하듯 입에 굴리고, 새벽마다 머릿속에 새겼다고.
그 문장들을 책으로 엮어 세상에 내놓은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저는 살고 싶어 이렇게 몸부림쳐 방황했습니다. 그 시간 동안 라틴어 문장들이 저를 붙들어 주었습니다."
— 한동일, 『라틴어 인생 문장』 중에서
삶의 고비마다 찾아오는 일곱 개의 문장들
이 책은 총 7개의 주제로 구성된다.
각 장마다 하나의 라틴어 문장이 등대처럼 서 있고, 저자의 이야기가 그 아래에 조용히 펼쳐진다.
단순한 어록집이 아니다.
한 인간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살아낸 언어들의 기록이다.
- 운명에 지지 않고 운명을 가지는 자의 문장
- 절망의 한복판에서 새기는 희망의 문장
- 그래도 꿈꾸는 자가 품은 문장
- 새벽을 깨운 문장
- 공부하는 이들을 위한 용기와 신념의 문장
- 타인의 말에 상처받은 이를 위한 치유의 문장
- 인간다움을 잃지 않기 위한 최후의 문장
나를 일으킨 라틴어 문장들
이 책에서 가장 오래 마음에 머문 문장들을 골라 옮긴다.
| 라틴어 원문 | 발음 | 뜻 |
|---|---|---|
| Ad astra per aspera | 아드 아스트라 페르 아스페라 | 고난을 넘어 별을 향해 |
| Vexatio historia fiat | 벡사티오 히스토리아 피아트 | 아픔이 스토리가 되게 |
| Aegroto dum anima est, spes esse dicitur | 아에그로토 둠 아니마 에스트, 스페스 에세 디키투르 | 아파도 살아 있는 한 희망은 있다 |
| Vita aliena est nobis magistra | 비타 알리에나 에스트 노비스 마기스트라 | 타인의 삶은 우리에게 스승이 된다 |
| Amor fati | 아모르 파티 | 운명을 사랑하라 |
고난을 넘어 별을 향해 — Ad astra per aspera
미국 케네디 우주센터에 걸려 있는 이 문장은, 아폴로 1호에서 산화한 우주인들을 기리기 위해 새겨진 것이다.
저자는 이 문장의 'per'에 특별히 주목한다.
'통해'가 아니라 '통과해야만'이라는 뜻이라고.
고난은 우회할 수 없다.
별에 이르는 유일한 길은 고난을 관통하는 것뿐이라는, 불편하지만 진실한 말이다.
이 한 문장을 읽고, 잠시 책을 내려놓았다.
지름길이 있을 거라고 믿었던 시간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고난 옆을 살짝 돌아가면 될 거라고 생각했던 날들이.
그러나 저자는 단호하게 말한다. 반드시 통과해야만 한다고.
아픔이 스토리가 되게 — Vexatio historia fiat
이 책에서 가장 오래 남은 문장이다.
아픔이 그냥 아픔으로 끝나면, 그것은 불운이다.
그러나 아픔을 살아내고 이야기로 길어 올리면, 그것은 한 사람의 역사가 된다.
저자는 말한다. 절망에 침몰하지 말고 기필코 살아나와 이야기하라고.
아픔이 숙성되어 스토리가 되는 순간, 비로소 그것은 나를 증언하는 언어가 된다고.
"절망의 한복판에서 눈을 뜨고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절망에 침몰하지 말고 기필코 살아나와 이야기해야 합니다."
— 한동일, 『라틴어 인생 문장』 중에서
읽고 나서 남은 것
책을 덮고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슬프지 않았다.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았다.
무언가 단단한 것이 가슴 한켠에 자리를 잡은 느낌이었다.
한동일은 이 책에서 자신의 허물도 숨기지 않는다.
빛나는 경력 뒤에 감추어진 외로움과 방황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틴어 문장 하나하나를 붙들며 버텨온 날들을.
그 솔직함이 책을 더 무겁고, 또 더 따뜻하게 만든다.
이 책이 묻는 것은 결국 하나다.
당신에게는 삶의 고비마다 붙잡을 문장이 있는가.
어둠 속에서도 나를 잃지 않게 해줄, 단 한 줄의 언어가.
나는 아직 내 문장을 완전히 찾지 못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뒤, 그 문장을 찾아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제 역할을 다했다.
- 제목: 한동일의 라틴어 인생 문장
- 부제: 삶의 고비마다 나를 일으킨 단 한 줄의 희망
- 저자: 한동일
- 출판사: 이야기장수
- 출간: 2023년 10월 25일
- 쪽수: 3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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