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붉은 사랑 — 림태주가 쓴, 다시 읽고 싶은 산문집
책을 손에 쥐는 순간, 표지의 붉은 빛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그토록 붉은 사랑. 제목이 곧 고백이다. 말 한마디 없이도, 읽기도 전에 이미 무언가 뜨거운 것이 가슴 쪽으로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림태주 시인의 두 번째 산문집이다. 첫 번째 책 《이 미친 그리움》이 세상에 나왔을 때, 그 울림이 얼마나 컸던지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평범한 일상을 시처럼 풀어놓는 방식, 쓸쓸한 영혼을 조용히 쓰다듬는 문장들. 그 감성이 고스란히 이어진 책이 바로 이 《그토록 붉은 사랑》이다.
봄·여름·가을·겨울 — 사랑도 계절을 가진다
이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로 나뉜다. 얼핏 단순한 구성 같지만, 읽다 보면 그 구분이 얼마나 깊은 뜻을 품고 있는지 알게 된다. 사랑도 계절처럼 흐른다. 처음 만남의 설렘이 있는 봄, 뜨겁게 타오르는 여름, 서늘하게 물드는 가을, 그리고 고요하게 남아 있는 겨울.
시인은 지나온 시간, 머물렀던 공간, 스쳐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 안에 담았다. 강렬하게, 때로는 뜨겁게. 그러나 결코 허세 없이. 계절이 바뀌고 세상이 변하는 동안에도, 그 시간들은 무엇 하나 버릴 것 없이 소중했다고 시인은 말한다. 그 고백이 담담해서 오히려 더 깊이 박혔다.
그 많은 날들이 지나고 그 많은 사람들이 스쳐갔지만, 그 모든 순간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 문장 앞에서 한참을 멈췄다. 아름다운 기억만 남기겠다는 억지 긍정이 아니다. 아픔도, 이별도, 쓸쓸함도 모두 담아낸 채로 그래도 이것이 내 인생이었다고 말하는 담담한 고백이다. 그 솔직함이 마음을 건드렸다.
어머니의 편지 — 가장 붉은 사랑의 온도
책을 읽는 내내 여러 번 눈물이 났는데,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건 어머니에 관한 글이었다. 시인은 어머니가 살아계실 적 건네셨던 말들, 지나가며 내뱉으셨던 생살 같은 한마디 한마디를 모아 유서의 형식으로 엮었다고 했다. '누군가의 자식일 당신과 나누고 싶어서'라는 말 한마디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어머니의 사랑은 늘 그렇다. 크고 붉고 뜨거운데 정작 그 온도를 느끼는 건 대부분 곁을 떠나고 난 뒤다. 시인이 그 말들을 글로 남긴 것은, 어쩌면 너무 늦게서야 깨달은 것들을 독자에게만큼은 제때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 아닐까.
림태주라는 시인의 문장들
림태주 시인의 글에는 독특한 온기가 있다. 화려하거나 어렵지 않다. 그러나 읽고 나면 마음 어딘가에 은근히 오래 남는다. 인생의 쓴맛과 단맛을 고루 알고 있는 사람의 문장이기 때문이다. 가르치려 들지 않고, 자랑하지 않고, 다만 자신이 살아낸 것들을 조용히 내어놓는다.
그 진솔함이 독자를 무너뜨린다. 아무렇지 않게 읽다가 갑자기 어떤 문장에서 멈추고, 다시 읽고, 그 자리에 한참을 앉아 있게 된다. 책이란 그런 것이어야 한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느꼈다.
이 책이 남긴 것들
- 사랑은 계절처럼 흐른다는 것. 뜨거웠다고 해서 부끄러울 것 없다.
- 지나간 시간들, 스쳐간 사람들 — 그 모두가 나를 이루는 재료였다는 것.
- 어머니의 말 한마디를 더 오래, 더 잘 들을 걸. 아직 늦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 삶은 화려함이 아니라 정성이다. 시인이 남긴 가장 조용한 한마디.
책을 덮고 나서도 한동안 손에서 놓지 못했다. 내 삶 어딘가에도 이렇게 붉었던 시간들이 있었다는 것을 새삼 떠올렸기 때문이다. 그 시간들을 가볍게 흘려보낸 것은 아닌지, 지금 이 순간을 충분히 뜨겁게 살고 있는지 묻게 되었다.
림태주 시인이 인터뷰에서 남긴 말처럼 — "정성껏 살아라." 이 짧은 한마디가, 328쪽을 다 읽고 난 뒤 가장 크게 울렸다.
| 항목 | 내용 |
|---|---|
| 제목 | 그토록 붉은 사랑 — 내가 가장 아름다울 때 그대가 있었다 |
| 저자 | 림태주 |
| 출판사 | 행성B(행성비) |
| 출판연도 | 2015년 5월 |
| 분량 | 328쪽 |
| 수상 |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 (2015) |
관련 영상
책을 읽기 전이라면 아래 영상으로 먼저 분위기를 느껴보는 것도 좋다. 림태주 시인의 산문이 목소리로 전해질 때, 또 다른 결의 울림이 있다.
읽고 나면 남는 것은 슬픔이 아니라 다짐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조금 더 정성껏 마음을 전해야겠다는, 조용하지만 단단한 결심이다. 그 결심을 끌어낸 책이라면, 이미 그것으로 충분히 값어치를 다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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