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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섀퍼의 돈 — 돈에 대한 생각을 처음부터 다시 세우게 한 책

bigempty 2026. 8. 24. 00:38

보도 섀퍼의 돈 — 돈에 대한 생각을 처음부터 다시 세우게 한 책

재테크 책은 그동안 여러 권 읽어봤지만, 「보도 섀퍼의 돈」만큼 마음가짐부터 뒤흔든 책은 드물었다. 저자 보도 섀퍼는 독일 출신의 머니 코치이자 경영컨설턴트로, 열여섯에 홀로 미국으로 건너가 고등학교를 마치고 독일과 멕시코에서 법학을 공부했다. 남들이 부러워할 연봉을 받으며 일했지만 스물여섯에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지고 파산했고, 이후 멘토를 만나 부의 원칙을 배워 4년 만인 서른 살에 이자 수입만으로 생활할 수 있는 경제적 자유를 이뤘다고 한다.

그 경험을 압축해 담은 책이 바로 「보도 섀퍼의 돈」(원제: Der Weg Zur Finanziellen Freiheit)이다. 국내에는 2011년 에포케 출판사를 통해 소개됐다.

보도 섀퍼의 돈 책 표지
출처: 알라딘 (원문 링크)

파산에서 배운 것, 돈은 결국 태도의 문제

책장을 넘기다 보면 이 책이 재테크 기술서가 아니라는 것을 금세 알게 된다. 앞부분 절반가량을 저자는 오로지 '생각을 바꾸는 일'에 할애한다. 그는 가난이나 부채를 팔자나 운으로 돌리지 않는다. 대신 돈에 대해 어떤 신념을 품고 있는지, 그 신념이 지금의 통장 잔고를 어떻게 만들어왔는지를 집요하게 되묻는다.

읽으면서 뜨끔했던 지점은, 내가 '돈은 나쁜 것'이라거나 '부자는 원래 못됐다'는 식의 오래된 믿음을 은근히 품고 살아왔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던 순간이었다. 저자는 그런 무의식적 신념부터 걷어내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재테크 기법을 배워도 오래가지 못한다고 잘라 말한다.

경제적 자유로 가는 세 단계

책의 뼈대를 이루는 것은 '경제적 자유'에 이르는 세 단계다. 막연하게만 느껴지던 부자의 길을 이렇게 단계별로 쪼개놓으니, 지금 내가 어디쯤 서 있는지가 눈에 보였다.

단계의미
1단계 · 경제적 에어백실직이나 사고 같은 위기가 닥쳐도 몇 달은 버틸 수 있는 비상금을 먼저 마련한다.
2단계 · 경제적 안정모아둔 자산의 이자·수익만으로 매달 필요한 생활비를 감당할 수 있는 상태. 매달 필요 금액에 일정 배수를 곱해 목표액을 계산한다.
3단계 · 경제적 자유일을 하지 않아도 원하는 삶의 방식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돈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

단계를 하나씩 읽어 내려가면서, 나 역시 지금 1단계 언저리에 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부끄럽다기보다는, 처음으로 내 위치를 숫자로 확인한 기분이었다.

유리병에 쌓인 동전
출처: Unsplash, 사진 Alicia Razuri (원문 링크)
돈은 갖고 싶은 것을 가질 자유, 원하는 시간을 살아갈 자유, 원치 않는 일을 거절할 힘을 준다.

이 문장 하나가 책 전체의 태도를 요약한다고 느꼈다. 돈을 좇는 이유가 사치가 아니라 '거절할 자유'라는 표현, 그 문장 앞에서 오래 머물렀다.

목표를 종이에 적는다는 것

저자가 반복해서 강조하는 실천법 중 하나는 단순하다. 목표를 머릿속에만 두지 말고 손으로 종이에 적으라는 것. 막연한 바람과 구체적으로 적어놓은 목표는 완전히 다른 무게를 지닌다고 그는 말한다. 12가지 부의 원칙과 수입을 늘리는 15가지 계명도 결국 이 단순한 실천으로 수렴한다. 적고, 확인하고, 반복하는 것.

책을 덮고 나서 나도 노트 한 페이지에 지금의 지출과 목표 금액을 적어봤다. 별것 아닌 행동인데도, 적어놓은 숫자를 눈으로 보는 순간 각오가 달라졌다.

열쇠가 달린 분홍색 돼지 저금통
출처: Unsplash, 사진 Konstantin Evdokimov (원문 링크)

돈, 건강, 인간관계, 감정, 그리고 인생의 의미

책은 돈 이야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저자는 인생을 건강, 돈, 인간관계, 감정, 인생의 의미라는 다섯 영역으로 나누고, 어느 한쪽만 채워서는 결코 만족스러운 삶에 이를 수 없다고 말한다. 돈에 관한 책인데도 결국 마지막 장은 삶 전체를 향해 열려 있다. 그 점이 이 책을 오래 곱씹게 만드는 이유였다.

책을 덮고 남은 것

이 책을 읽고 나서 생긴 다짐은 거창하지 않다. 이번 달부터 통장 잔고를 정확히 파악하고, 목표 금액을 종이에 적어보는 것. 부자가 되겠다는 결심보다, 내 돈에 대해 더는 눈감지 않겠다는 결심이 먼저 섰다. 「보도 섀퍼의 돈」은 화려한 투자 비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대신 돈 앞에서 정직해지라고, 그리고 그 정직함을 매일 반복하라고 조용히 다그치는 책이다.

여전히 갈 길은 멀지만, 적어도 지금 내가 어느 단계에 서 있는지는 알게 됐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값은 충분했다.